오늘은 토마토와 크림이 만나 부드럽게 맛있는 로제파스타입니당~
로제소스가 유행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땐 내가 취업 준비생 시절로 세상 유행에 관심을 갖지도 않고, 가질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내 하루 일과는 그저 집과 독서실 그리고 다시 집이었을 뿐이었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해야 할 것은 아주 많았다.
대학생때 기업 소개하러 오신 인사팀분들이 아마 수능보다 더 어렵고 힘든 시기가 될 거란 경고를 줬었다. 그땐 수능 준비하던 막막한 시기보단 낮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되어보니 도데체가 학창 시절 12년이 끝나니 더한 산이 있다고 망연자실했었다. 자격증은 2개로도 부족한데다 따도따도 끝이없었다. 게다가 자소서 준비에 기업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시험 준비 그리고 면접과 면접 대비용 직무 경험 쌓기. 끝이없었다.
뭐가 하나 끝나면 요즘 취업하려면 이 정도 자격증과 경험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어찌나 계속 들리던지. 기껏 공들여 준비한 서류가 떨어진 날이면 대체 시간을 얼마나 썼는데... 이렇게되면 기업 시험은 또 왜 준비했고 다른 기업은 어떻게 또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 그자체였다. 매일 돌 무덤에 쌓여 갑갑했다.
그걸 본 엄마도 안쓰러웠는지 어느 날 배달 찬스 권을 주었다. 저녁에 내가 먹고싶은 떡볶이를 시켜줄테니 혼자 원하는 것을 주문하라는 말에 그날 잠시 속이 풀릴 수 있었다.
우리 집 가족들은 모두 입 맛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배달을 시키려면 회담을 열어 가게와 메뉴를 정해야 한다. 덕분에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해서 100% 내 의견을 반영한 음식을 시키는 일이 잘 없다. 그런데 기회를 주다니! 신난 마음으로 배달 어플을 열어, 어디 떡볶이를 시킬지 눈을 반짝였다.
어디 집을 시킬지, 어떤 맛을 시킬지 행복한 시간을 가지던 중. 유행하는 로제소스를 넣은 로제 파스타 떡볶이를 보게 됬다. 세상에나 뭐 하나 유행하면 뇌절 메뉴를 꼭 만들어야하는 한국인 다웠다. 그냥 로제파스타도 아니고 로제소스에 파스타면과 떡볶이 재료들이 들어갔다니. 나머지 가족들은 떡볶이에 크림이나 우유를 넣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내 자유이니 나는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엄마의 허락덕에 이런 호사도 누린다고 어찌나 행복하던지.
행복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도착한 떡볶이.
얼른 신나게 달려가서 찾아올 수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빨간색이 아닌 주황빛과 약간의 분홍빛이 흐르는 소스가 보였다. 그 안에는 떡과 오뎅, 소세지 그리고 파스타면이 보였다. 라면 사리가 아니라 스파게티면이 들어간 떡볶이도 처음인데 로제소스도 그날 처음이었다.
그렇게 처음 맛 본 로제소스는?
토마토 특유의 시큼한 맛과 고추장의 텁텁한 맛은 사라지고 크림에 의해 부드럽게 맛있는 소스였다. '괜찮네' 라는 감탄으로 시작한 로제 파스타 떡볶이는 그렇게 성공인 줄 알았다. 문제는 계속 먹다보니 어찌나 빨리 느끼해지던지...ㅜㅜ. 먹다보니 어느 순간부턴 파스타와 떡, 오뎅에는 절대 손도 안 대고 계속 짭짭한 소세지만 찾고있었다. 중간중간에 쿨피스로 느끼함을 달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배가 덜 찼다고 계속 먹으려 했다. 당근 무리였다. 어쩌면 맵찔이라 순한맛을 시켜서 금방 느끼해진 것 같은데 어떻든 먹을 수 없었다. 결국 포장 용기를 닫고 냉장고로 보냈다.
그래도 첫 맛이 좋으니 다음날 먹으려고 뚜겅을 열어보니.
파스타도 결국 밀가루로 반죽한 면이기에 퉁퉁 불어서 소스가 없어져 있었다. 떡도 퉁퉁 오뎅도 살짝 불어 있으니 이건 먹을 것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면은 다 버리고 떡과 오뎅만 데워서 다시 먹었다. 역시나 느끼했다... 원래 이런건가? 어찌나 느끼하던지. 아무래도 크림 종류는 아직 어색하구나 싶었다.
그래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이 별루였다고 꼭 끝이 별루인가? 절대 아니다. 아직 맛있는 것을 안 먹어봐서 그렇다. 심지어 로제 파스타 떡볶이는 느끼할 수 있는 소스에 떡까지 먹으니 느끼했을 거라 추측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레시피는 간단하게 소금물에 파스타면을 취향에 따라 삶는다.(나는 로제의 경우 푸실리 면을 넣는게 식감이 너무 좋고, 보통 10분 삶아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면을 삻는 동안 식용유든 버터든 기름에 양파를 볶고 시중에 파는 토마토 소스 크게 3스푼과 우유200밀리를 넣는다. 그리고 삻은 면과 면수 3스푼 정도만 넣어서 조린다.
양파를 볶을 때 햄이나 소세지 그리고 베이컨 어떤 햄 종류든 같이 넣고 볶으면 훨씬 더 맛있다. 근데 햄 종류가 안 들어가도 꽤 맛있다.
다 만들고 한 입 먹어보니, 양 조절도 되고 깔끔하게 맛있었다. 아무래도 떡볶이에 들어가는 조미료 때문에도 느끼했을 뿐이지, 로제소스는 휼륭했다.
그렇게 로제파스타는 취업 준비생 시절, 종종 내 도시락이 되어 독서실에서 먹곤했다. 특히 푸실리 면으로 만든 경우엔 그냥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 시절 암담했지만 그래도 어쩌다 만난 음식 덕에 힐링하곤 했다.
참고로 나는 집에서 파스타를 만든다면 알리오 올리오보단 그냥 토마토 소스와 우유만 있으면 바로 만들 수 있는 로제파스타가 더 쉬운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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